사이. 나무와 나무 너무 가까이 심어놓은 두 나무는 잘 자라지 못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그늘아래에서는 다른 풀들도 역시 성글고, 창백합니다. 그러고 보면 숲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나무들 뿐이 아닙니다. 나무와 나무의 사이, 그 빈곳이야 말로 풍성한 숲을 만드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헐렁한 겨울 숲이 보여줍니다. 사람이야 말로 사이의 존재입니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 때문에 인간입니다. 그 인간이 던져진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세간이라는 말, 모두 '사이 간(間)'자를 쓰고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사이'라는 말이 인간의 실존의 필연적 조건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이가 없다면 우리의 손이 어디서 만날까요. 사이가 없다면 당신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내..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1387 다음